[주절주절] 변호사의 "아전인수"
몇년 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의 취소 청구 소송에 피고 대리인으로서 대응한 적이 있다. 사실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관련된 유사 사건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진행했던 사건이었는데, 다른 입찰참가 관련 사건들은 애진작 종결, 선고까지 이뤄진 마당에 해당 사건은 여태까지 진행이 되고 있었던 사건이다.
서면으로도 꽤 공방이 오고 갔을 뿐 아니라, 상대방인 원고가 신청한 여러가지 증거방법들을 방어하느라 나도 꽤 공격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이러한 사건 분위기 때문인지 상대방 변호사는 변론기일에서도, 증인신문기일에서도, 여러 번의 준비서면에서도 우리측에 대한 공격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았었다.
그 수많은 비방과 공격 중, 유난히 반복적이어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피고는 아전인수격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이다.
아전인수란,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 넣는다"라는 뜻으로 "자기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함, "억지로 자기에게 이롭도록 꾀함"이라는 의미가 있다. 상대방 변호사는 이 표현을 통해 우리 측을 또는 나를 공격하고자 한 것 같은데, 사실 변호사 업의 본질이야 말로 "아전인수"가 아닐까? 일반적인 인간관계나 직장생활에서야, "아전인수"라는 말이 욕이 될 수 있지만, 내가 대리하는 사람의 이익과 주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로서는 "아전인수"를 생활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지.
나에게 유리한 서증과 진술, 법리들을 끌어와 나의 주장의 근거로 삼는 것.
이것을 잘하는 변호사야 말로 능력있는 변호사가 아닐까?
어찌하여 "아전인수격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상대방 변호사를 비난하는 말이 된 것일까? 사실 뜻만 본다면 누구보다도 잘하고 있는 변호사라는 뜻 같은데 말이다.
그의 본심이야 어떻든, 자기합리화에 능한 나는 그저 칭찬으로 받아드리고 내일 있을 선고를 기다려야겠다.
이게 이럴 사건이 아닌데, 1년 6개월을 끌었다. 길어지니 피곤하고 지겨운 것이 사실이지만 좋은 결과가 있다면 이러한 수고로움은 곧 잊혀지겠지.
[실제, 나의 마지막 참고서면에서는 "원고는 아전인수 운운하며 피고에 대한 비방을 서슴치 않고 있으나, 피고로서는 주장의 뒷받침을 위해 논거를 끌어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라고 유치하게 적어 내기도 하였다. 읽어보는 판사만 웃기겠지 뭐.]
